타인을 관객삼아 세상을 연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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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버티기와 이태원클럽
주말이라 가족들 집으로 가면, 외롭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해서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잠이 안오곤 합니다.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모두 이사를 가거나 남아있는 경우도 대학이나 직장이 있는 곳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구요. 사실 만날만한 친구가 몇 없기도 합니다.. - 여담이지만, 강남이란 특성때문인지 학창시절을 보내고 나면, 집이 강남에서 가게를 하거나 동생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사를 갑니다. 이렇게 강남은 유입되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으로 인해, 구민이란 의미가 참 어색하게 느껴지는 동네입니다.

 지난주는 알고 지내던 대학 지인 하나를 선릉역으로 불러 호가든 생맥주를 파는 가게로 데려갔습니다. 호가든 생을 빼고는 참 안타까운 가게더군요. 뭐 2차로 오뎅바를 갔지만, 안주를 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술을 먹었고, 갑자기 양재천이 보고 싶다는 이상한 취중로망에 사로잡혀 지인을 끌고 양재천까지 주구장창 걷기도 했습니다. 결국 너무 추워서 양재천을 찍고, 다시 집으로 택시를 타고 오는 요상한 뻘짓을 했죠..




 이번주는  뭘할까  하다가 간만에 채팅싸이트에 들어갔습니다. 전에 만든 방이 불건전 방으로 신고가 되었는지 건전지수가 내려가는 경고를 받았다고 뜹니다. 방제가 <삼성 메가박스 마지막 색계 보실분> 이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군요. 저 방을 만들자 마자 무수한 쪽지와 일대일이 들어와서 아주 가볍운 노트북이 엄청나게 버벅거렸을 정도니까요. 아마도 그렇게 무시해댄 많은 쪽지들 중에 하나가 신고를 한 모양이겠죠. 거 참 어이가 없어서 이의신청 하고 나서는데.. 생각해보니 몇년만에 해본 번개는 참으로 우스웠습니다. 하필 고르고 골라서 만난 사람은 같은 고등학교와 같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더군요. 세상 정말 좁습니다. 그러다보니 번개 분위기라 할 수 있는 청춘 남녀의 탐색전은 온데간데 없이, 아주 뻘쭘한 대학 선후배의 영화관람이 되더군요. 상대분은 색계를 보면서 주무실 정도 였으니까요..
 
 아무튼, 이의신청을 하고 로그아웃을 하려다가 다른 방제는 어떤지 구경하려고 채팅을 클릭했습니다. 이런 방제가 눈길을 끌더군요. <이태원 클럽 함께 가서 놀분. 남녀 상관없이> 전 원래 채팅싸이트에서 채팅을 하는 편은 아닙니다. 변명같기는 하지만,  세이클럽을 굉장히 재밌는 사회학적, 문화인류학적 사이버필드로 생각하거든요. 방제와 채팅문화를 훑다보면 이 시대의 독특한 어떤 감성을  읽어낼 수 가 있습니다. 한 10초 정도 고민하고, 방에 입장했습니다. 아.. 남자가 많은 채팅싸이트 특성상 여자는 채팅하기가 아주 피곤해요. 도대체 채팅하는데 사진을 왜 올려야하는겁니까. 나이는 왜 묻는거고- 아무튼, 저 방제에 끌렸던 이유는 이런겁니다. 일단 전 클럽을 좋아하는데 제 주위에는 도통 클럽을 다니는 부류가 없어서 늘 못가는 상황이고, 또 하나는, 지난번에 친구와 이태원을 처음 갔으나 어디서 놀아야 하는지 모르는 막막함에 그저 괜찮아 보이는 ALL THAT JAZZ에 들어가 라이브를 보고 칵테일을 한잔씩 마시고 무려 2만 8천원을 낸 씁쓸한 기억 때문이지요. 공연하는 바에서 음료외에 입장료를 받는것은 처음 봤는데, 나중에 듣기로는 여기 유명한 곳이더라구요. 성격상 외국인들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자존심상 용서할 수 없다! 는 마음으로 방제를  누르고..

 결론만 말한다면 방장이 아주 쿨한 사람인 덕분에, 채팅방에 있던 사람중 몇명은 11시반에 이태원소방소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우리끼리 놀아도 되고 각자 놀아도 되고, 작업하실분은 하고, 그냥 혼자가기 뻘쭘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입장하는거죠. 조금 늦게 도착해보니. 남자 세분이 있었습니다. 와! 채팅 번개상 이렇게 상대적으로 물이 좋은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방장 J는 일본에서 꽤 오래 살다왔기 때문에 일본어에 능했고 (전 일본어를 공부중이고 일본에 갈 생각이라 이런 기회가! 라고 좋아했던것이죠) 내 나이로 보이는 M은 성시경 스타일 (친구말에 의하면 제가 성시경같은 타입을 좋아한다더군요. 전 사실 성시경의 얼굴을 잘 몰라요. 저한테 성시경 타입이란, 다정하게 생겼고, 뿔테안경을 꼇으며, 공부를 좀 했을거 같은 범생이 인상  을 말하는 거거든요) 에 체크머플러가 아주 간지나는 젠틀한 타입이었고, 방장과 같은 30대로 추정되는 G는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하하하. 최고의 조합이죠!

 홍일점이 되어서 간 곳은 이태원클럽 헬리우스. 처음 알았는데, 이태원 클럽이라 불리는 곳인 오후나 저녁에는 주로 바 스타일로 영업하지만, 밤이 되면 클럽이 되더군요. 가본적은 없지만, 옛날 락까페 같은 스타일일 겁니다. 지난번 이태원 방문때는 보이는 클럽이라고는 죄다 트랜스젠더클럽이었거든요. 궁금했죠. 거긴 게이바처럼 자기들끼리 노는 클럽인지 아니면 단란주점처럼 트랜스들이 접대를 하는 곳인지.. 여자인 저는 어쨋든 가기가 한참- 망설여지는 골목입니다. 핫핫. 누구 아시는분 있으신가.

 와! 이태원을 사랑하겠어요. 여자는 공짜입니다. 남자는 5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음료는 돈내고 사먹어도 되고, 그냥 춤만 춰도 됩니다. 작업을 하려면 술을 사주는 분위기더군요. 입장료 안내고 술은 얻어먹고 담배도 얻어 피고, 택시비 외엔 쓴거 없이 잘놀았습니다. 좁은 공간엔 비트박스와 가운데 공간을 위주로 엄청난 남녀가 춤을 추고 있었는데, 홍대나 강남 클럽은 몇 번 가봤지만, 다같이 똑같이 밍기적 거리지도 않을 뿐더러, 옷 스타일조차 비슷한 그곳들과는 완전 다르더군요. 사람들 피부색, 키 같은 외모도 다양하지만, 스타일도 다양하고 아주머니 부터 미드에 나올 듯한 중년 백인, 트랜스젠더 같은 언니, 평범한 언냐들까지 다양하더라구요. 이 상황에서 제일 뻘쭘한 건 당연히 한국남자들입니다. 왜 그런지 몰라도, 키에 위축되는지 한국 남자들은 외국남자들을 상당히 경계합니다. 저에게 작업했던 한국남자 한명은 외국인들을 매우 싫어하던데, 그러면 왜 이태원에 왔냐고 묻고 싶었지만! 귀여워서 참았습니다^^;

 두바이가 나라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해준 두바이 남자 와 영어로 몇 마디 하면서 놀다가, 한국 남자가 사주는 술을 먹다가 남자들과 왔다고 하니 친구라는 사람이 다음에 놀라면서 데려가더군요-_-; 안그랬으면 제가 보내긴 했을 겁니다ㅋ. 왠 작은 외국인이 뒤에서 부비를 앞에는 정말 키크고 멋진 (완전 미국 프로농구 선수같은) 외국인이 있었는데. 사실 뒤보다 앞에 흥미가 있었으나,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더군요. 정말 적극적으로 들이대야 반응이 있는건가요. 한국 클럽은 그쯤되면 알아서 반응이 나오잖아요. 같이 간 일행중 한명이 다소 열심히 작업비스무레한걸 걸어주셔서 자존심도 제법 세우면서 잘 놀았습니다. 제가 키가 작아서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으면 잘 안보이거든요 -

 중간에 꽃 파는 아주머니가 꽃을 팝니다. (그게 생각나더군요. 기지촌에서 꽃파는 여성들은 과거에 성매매산업에 종사했던 여성들이라고. 뭐 여기는 기지촌도 아니지만, 외국인들은 원래 이럴때 꽃을 사나봐요!. 한국의 클럽에서 꽃 파는걸 상상해보세요;) 뻘쭘한 한국 남자 한명은 꽃을 들고 같이 나갈만한 여자에게 꽃을 선물합니다. 여자가 안나간다고 하면 꽃을 다시 들고 가더군요. 훗. 매너하고는. 간혹 정말 미친듯이 몸을 흔드는 -'춤을 추는'이 아니고 - 여자들이 있었습니다. 외국인은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한국여자들이 그러고 있으니 심심해보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위험한 언니들은 스타일이 괜찮거나 나이가 많고 적고 에 상관없이 다들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구경하면서 뭐라고 하긴 하죠. 술안주가 되는 겁니다. 요런건 어느 문화나 비슷한가봐요 'ㅡ'

 일행중 귀여운 보이가 스텝을 너무 재밌게 밟길래 막 따라하면서 놀았습니다. 혼자도 춤은 제법 추고 노는 편이지만, 같이 스텝을 따라하거나 음악에 맞춰 어깨를 흔드는 것만으로도 적당히 설렁설렁 놀기 딱 좋습니다. 이 분 착하게 생겼는데, 열심히 인터넷 찾아서 안무를 연습하셨다더라구요. 일행들은 대체로 클럽을 좋아하는데 갈사람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도 그렇죠. 같이 가자고 할만한 사람이 없으니 다들 그 방제에 솔깃한거죠. 나도 그렇구요. 아-나의 클럽친구는 어디에-

 간혹 춤추다 쉬다 담배피다 찬바람 쐬다 놀다가 네시반쯤 나와서 부대찌게를 먹고 일행중 한분의 차를 얻어타고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들어오니 6시. 잘 놀았습니다. 다음엔 이 팀이랑 다른 클럽을 방문해볼까해요ㅋ
by EXmio | 2008/01/21 01:50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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